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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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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스스로 박동하는 이유 – 동방결절의 전기생리학 심장은 왜 스스로 뛰는가? – 자동성의 과학 사람의 심장은 뇌가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박동한다. 눈을 감고 있을 때도, 깊은 잠에 빠졌을 때도, 불안하거나 흥분했을 때도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심장은 인체 내에서 고유의 리듬을 생성하는 특수한 근육이며, 이러한 특성은 ‘심장 자동성(automaticity)’이라 불린다. 그 중심에는 바로 동방결절(Sinoatrial Node, SA Node)이라는 조직이 있다. 동방결절은 우심방 상단, 상대정맥이 연결되는 지점 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체 심장 리듬의 시작점이다. 이 작은 조직은 자체적으로 전기 자극을 생성하고, 심방과 심실로 심장 전도계(cardiac conduction system)를 따라 전달함으로써 심장 전체를 수축시킨다. 즉, 심장은..
피부 건강의 신비 – 메르켈세포와 촉각 수용기의 과학 사람은 촉감을 통해 세상을 느낀다. 누군가의 손길, 따뜻한 햇살, 거친 나무껍질의 감촉은 단순한 피부 접촉을 넘어 감정과 기억을 자극하는 중요한 감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잡하고도 섬세한 감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피부는 단지 외부 자극을 막아주는 보호막일 뿐일까? 최근 연구들은 피부가 고도로 정교한 감각기관이며, 그 중심에는 ‘메르켈세포’라는 특별한 감각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피부, 단순한 외피가 아닌 감각의 시작점 피부는 흔히 ‘우리 몸의 가장 바깥을 덮고 있는 장기’ 정도로만 인식되지만, 해부생리학적으로는 그 이상이다. 피부는 감각기관이자, 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고도화된 신호 감지 시스템이다. 우리가 차가운 물건에 손을 댔을 때 움찔하거나, 누군가의 손길을 감지하는 순간은..
손톱으로 보는 건강: 반달 모양과 색깔이 말하는 경고 손끝에 숨어 있는 건강 신호 대부분의 사람은 손톱을 미용의 일환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손톱은 단순한 각질 덩어리가 아니다. 건강 상태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내부 장기와 대사 상태를 반영하는 민감한 부위다. 손톱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자라는 속도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약 0.1mm 정도다. 이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이며, 우리의 순환 상태, 영양 공급, 면역 기능이 모두 관여된다.특히 손톱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반달 모양의 구조, 즉 반월(lunula)은 건강 신호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반월은 손톱 뿌리에 가까운 부위로, 세포분열이 활발한 성장 영역이다. 이 부분의 색, 크기, 존재 유무는 단순한 미용 요소가 아니라, 심혈관계, 간기능, 갑상선 기능 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
신경세포는 왜 재생되지 않을까? - 뇌 회복의 한계와 뇌 건강 세포는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 예외는 ‘뇌’ 우리 몸은 생각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피부는 약 한 달을 주기로 새롭게 갈아입고, 간세포도 손상되면 몇 주 내에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유독 재생이 더디거나 거의 되지 않는 조직이 있다. 바로 신경세포, 그중에서도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다. 어릴 적부터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신경세포가 재생되지 않는 이유는 그 구조와 환경에 있다. 뇌는 외부 손상으로부터 매우 보호받는 기관이며, 치밀한 혈관장벽(혈뇌장벽, BBB)과 글리아세포들에 의해 세포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이 안정성은 재생 능력과는 상충..
수면 마비는 왜 생기나? - 가위눌림의 신경학적 메커니즘 잠에서 깼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밤중에 눈을 떴는데, 숨은 쉬어지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 상태에서 종종 사람들은 누군가 옆에 서 있는 것 같거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묘사한다. 흔히 이 현상을 ‘가위눌림’이라고 부르는데, 의학적으로는 ‘수면 마비(sleep paralysis)’라고 정의된다. 대부분은 이 현상을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와 연결 짓지만, 실제로는 뇌와 수면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생리적 현상이다. 수면 마비는 전체 인구의 약 8~30%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자주 나타난다. 많은 경우 스트레스, 수면 부족, 수면 습관의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체온 조절과 건강: 시상하부가 당신의 컨디션을 결정한다 체온과 건강의 숨겨진 연결고리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데 있어 체온 조절은 핵심적인 생리적 기능이다. 정상적인 체온(약 36.5~37.5°C)은 효소 반응, 대사 속도, 면역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며, 극심한 체온 변화는 생명 유지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체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신체 상태의 민감한 지표로 작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피로나 컨디션 저하를 느낄 때 체온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지만, 미세한 체온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체온 조절의 중심에는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있다. 시상하부는 중추신경계의 일부로, 내분비계 및 자율신경계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체온 조절 중추는 시상하부의 시교차 전핵(pre..
혈액의 점도와 미세순환: 심혈관 질환 및 건강의 새로운 지표 혈액 점도와 심혈관 질환의 관계 혈액 점도(blood viscosity)는 혈액이 흐를 때 나타나는 저항의 정도로, 우리 몸의 혈류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리적 요소다. 특히 혈액은 일반적인 유체와 달리 전단 속도에 따라 점도가 변하는 비뉴턴 유체로, 적혈구의 응집력, 변형성, 혈장 점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은 모세혈관을 포함한 미세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결국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실제로 Jung & Rampling(2016)은 혈액의 유변학적 특성이 심장 및 뇌혈관계 질환에서 병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며, 혈류 저항 증가가 내피 기능 이상, 혈전 형성,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심장이 혈액을..
혀로 알 수 있는 건강: 설진(舌診)의 과학적 해석 설진의 과학적 발전: 전통에서 디지털로고대 의학은 종종 인간의 몸을 하나의 소우주로 간주했습니다. 특히 한의학과 중의학에서는 인체 내부 장기들의 상태가 외부로 드러나는 ‘표현 창구’가 있다고 보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혀’였습니다. 혀는 단순한 미각 기관이 아니라, 장부의 기(氣), 혈(血), 진액(津液)의 균형 상태를 나타내는 민감한 지표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른바 설진(舌診)은 환자의 혀를 관찰함으로써 내장 기능, 체액 분포, 열·한(熱·寒)의 상태 등을 파악하는 진단 도구였습니다.하지만 이러한 전통 진단 방식은 임상적 주관성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혀의 색이나 태(혀 위의 코팅) 등을 보는 기준이 의사마다 다르고, 조명, 시간, 관찰 위치 등의 외적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