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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및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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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의 역설: 비타민 D가 너무 많아도 생기는 건강 문제들 비타민 D, 이제는 과잉이 문제다?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비타민 D는 오랫동안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로 여겨져 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내 생활이 늘고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비타민 D 보충제가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비타민 D 알약을 챙기며 “과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믿음으로 섭취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놓치기 쉬운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비타민 D 역시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체내에 축적된다. 즉, 과잉 섭취 시 체외로 쉽게 배출되지 않고 혈액과 조직에 남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비타민 D의 ‘과잉복용(hypervitam..
코로나 이후, ‘후각’은 회복되었는가: 냄새 감각의 신경 재건 과정 냄새 없는 세상, 익숙함의 상실에서 오는 낯설음 향긋한 커피 냄새, 갓 구운 빵의 고소함, 비 오는 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냄새. 우리는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냄새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모든 냄새가 사라졌다면 어떨까? 바로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후각 소실(anosmia)’의 세계입니다. 심지어는 음식 맛조차 무뎌지고, 세상은 회색빛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감기나 독감 이후 일시적인 냄새 감소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코로나19는 후각 세포 자체에 영향을 주며 훨씬 더 깊고, 오래 지속되는 손상을 남긴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특히 후각 상실이 완치 이후 수개월~수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각기관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
자도 자도 피곤한 이유: 수면 중 ‘글림프 시스템’의 오작동? 피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매일 충분히 잠을 자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몸이 무기력한 경험, 혹시 해본 적 있으신가요? 현대인은 만성 피로를 일상처럼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수면 시간의 부족이 아니라, 잠자는 동안 우리 뇌가 얼마나 '정리정돈'을 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글림프(Glymphatic) 시스템’입니다. 글림프 시스템은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Maiken Nedergaard 박사 연구팀이 처음으로 명명한 개념입니다. 이는 뇌와 척수를 둘러싼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이 신경세포 사이를 순환하면서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로, 림프계(..
눈물이 전하는 분자 신호: 스트레스, 감정, 질병의 생화학적 흔적 “눈물은 왜 흘릴까?”에서 시작되는 과학 우리는 울 때 눈물을 흘린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고통스러울 때도, 혹은 아주 사소한 감정의 파동에도 눈물샘은 반응한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는가?“눈물은 단순한 감정의 결과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걸까?” 눈물은 오랜 세월 동안 문학과 예술 속에서 ‘감성의 언어’로 다뤄졌다. 그러나 현대 생물학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눈물은 생화학적으로 정밀하게 조율된 체액이며, 감정뿐 아니라 스트레스, 질병, 면역 반응까지도 정직하게 반영하는 ‘신체의 작은 진단서’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 그 속에 담긴 분자들은 각각의 원인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을 띤다는 점이다. 눈물은 지금 내 몸이 겪는 스트레..
만성 스트레스가 골격근 대사에 미치는 분자생물학적 영향 만성 스트레스와 골격근 대사의 전반적 영향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몸 곳곳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적’과 같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는 단순히 기분을 망칠 뿐 아니라, 우리의 근육까지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내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 몸의 대사와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근육이 스트레스라는 내적 적에게 어떻게 서서히 무너져 가는지,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발견의 연속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문제이며, 신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대사 및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특히 골격근은 인체 전체 체중의 약 40%를 차지하며,..
비가역적 뇌 가소성 저하와 조기 인지 기능 저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 "나이가 들수록 왜 어제 본 사람의 이름이 도통 기억나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하며 웃어넘기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뇌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복잡한 생물학적 변화가 숨어 있다. 우리가 흔히 '머리가 굳는다'라고 표현하는 이 현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를 뇌 가소성의 비가역적 저하로 정의하며,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감소, 그리고 심각한 경우 치매로 이어지는 초기 징후로 주목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변화가 단지 노년기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뇌의 유연성은 30대 이후부터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하며, 특정한 조건과 환경에서는 더 빠르게 가소성이 약화되기도 한다. 특히 미세한 염증 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 세포 에너지 대사의 미묘한 균형이 무..
텔로미어 연구를 기반으로 한 건강하게 늙어가기 텔로미어: 생물학적 노화의 분자적 타이머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의 말단에 존재하는 반복적인 DNA 서열로,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며 결국 세포 노화(senescence) 또는 사멸(apoptosis)을 유도한다. 이 과정은 인체의 생리적 노화를 유발하는 핵심적인 기전으로 간주되며, 텔로미어 길이는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텔로미어가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곧 조직의 퇴행성 변화로 이어지고,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세포 내에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존재하여 이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체세포에서는 이 효소의 활성이 거의 없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심근경색까지?-호흡기를 넘어서 전신 건강을 위협 미세먼지의 정의와 호흡기 손상 메커니즘 맑고 푸른 하늘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우리는 매일같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외출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대기 중을 떠도는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폐 깊숙이 침투하여 인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입자는 공기 중에 쉽게 흡입되어 호흡기로 들어가며, 폐포에 도달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기존 연구들은 미세먼지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악화와 사망률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보고해 왔다(WHO, 2013). 그러나 미세먼지는 단순히 폐에 국한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