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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계속되는 방광염, 알고 보니 간질성 방광염? – 오진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단순 방광염이 아닙니다" – 간질성 방광염이라는 낯선 진단명

 한 여성은 몇 달 전부터 지속적인 방광 불쾌감과 요의(urinary urgency), 그리고 소변을 본 후에도 남아있는 듯한 잔뇨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자마자 내려진 진단은 '단순 방광염'. 하지만 항생제를 복용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검사는 계속 '정상'이라는 결과만 반복되었다. 그녀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런 사례는 바로 간질성 방광염(interstitial cystitis, 이하 IC)의 전형적인 진단 지연 패턴이다. IC는 세균 감염 없이도 만성적인 방광 통증과 빈뇨, 긴박뇨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방광염과 유사한 증상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초기엔 혼동하기 쉽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간질성 방광염 진단까지 평균 4~5년이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평균 5명 이상의 의사를 거친다고 보고되었다(Parsons et al., 2012).

 진단이 늦어질수록 환자는 '심리적 문제', '신경성 증상' 등의 오명을 덮어쓰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방광의 조직학적, 생화학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데 있다. 단순한 오진으로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항생제 복용, 요로 자극성 약물 남용, 심지어는 불필요한 방광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증상이 모호하다 – 간질성 방광염의 초기 신호들

 간질성 방광염은 통상적으로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속되는 방광 통증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특히, 배뇨 전후에 나타나는 치골 상부의 통증이나 압박감, 혹은 배뇨 후에도 완전히 시원하지 않은 느낌 등이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세균성 방광염, 과민성 방광(overactive bladder), 심지어 골반 내 장기 통증 증후군과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IC의 경우, 소변 검사에서 백혈구, 세균, 질산염 반응 등이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증상은 만성적으로 반복되며, 스트레스나 특정 음식(커피, 초콜릿, 매운 음식 등)에 의해 악화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성생활 이후 증상이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Hunner 병변(Hunner’s lesion)이라 불리는 방광 점막의 출혈성 궤양이 내시경상 관찰되는 아형도 있다. 이는 비교적 소수이지만, 진단의 확실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IC 환자는 내시경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를 중심으로 진단하게 된다.

 미국 비뇨기과학회(AUA)는 IC 진단 시, 6주 이상 지속되는 비감염성 방광 통증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AUA Guidelines, 2022). 하지만 많은 1차 진료 현장에서는 이 기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왜 오진이 반복되는가 – 임상과 진단의 간극

 간질성 방광염은 그 명칭만큼이나 오해가 많은 질환이다. 첫째, 이름에 ‘염’이 포함되어 있어 항생제로 치료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실제로는 면역계, 신경계, 방광 점막의 복합적인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성 질환이며, 세균 감염과는 무관하다. 둘째, 영상 검사 및 실험실 소견이 대부분 정상이기 때문에, ‘진짜 병이 없다’는 식의 오해가 생긴다.

 특히 여성 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며, 여성 비뇨기 증상이 자칫 산부인과적 문제 또는 심인성으로 치부되는 의료 문화도 진단 지연의 한 원인이다. 이는 의료진의 질환 인식 부족과도 연결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IC를 고려한 진단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대한비뇨기과학회지, 2019).

 게다가 IC는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섬유근통, 과민성대장증후군, 편두통, 만성피로증후군 등과 동반율이 높아, 통증에 대한 민감도 자체가 높은 환자들이 많다. 이로 인해 환자가 과장되게 증상을 표현한다고 오해받는 경우도 흔하다. 진단 과정에서의 공감 부족은 환자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며, 불필요한 약물 남용이나 진료 쇼핑으로 이어지기 쉽다.


앞으로의 과제 – 조기 진단과 환자 중심 접근의 중요성

 간질성 방광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하루 수십 번에 달하는 배뇨, 야간 빈뇨, 지속적인 골반 통증은 환자의 사회생활, 수면, 성생활에 직격탄을 날린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증상 완화 중심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경구 약물(항히스타민제, 삼환계 항우울제 등), 방광 내 약물주입 치료, 골반저근 이완 물리치료, 그리고 식이조절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방광 점막의 GAG 층(glycosaminoglycan layer)을 회복시키기 위한 하이알루론산 주입도 시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질환은 완치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는 점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임상현장에서는 환자의 호소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자세, 그리고 반복적인 비감염성 방광통을 겪는 환자에게 IC 가능성을 조기에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을 받은 1차 진료 의료진과의 협업, 그리고 증상 기반 설문지(예: O’Leary-Sant IC symptom index) 활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간질성 방광염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초기부터 제대로 진단받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 접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의학의 눈뿐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를 듣는 귀가 함께 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