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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왜 물만 마셔도 붓는가?

“나는 물만 마셔도 붓는다”는 말의 진실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나 건강관리를 시도하면서 “나는 물만 마셔도 붓는다”라고 토로한다. 어떤 사람은 밤에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다음 날 아침 얼굴이 퉁퉁 부은 자신을 보고 놀라고, 또 어떤 사람은 아무리 저염식을 해도 손과 발이 무겁고 타이트한 반지가 갑자기 안 들어가는 현상을 겪는다. 이런 현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의 정교한 체액 조절 시스템, 특히 신장, 호르몬, 삼투압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생리적, 병태생리적 반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종(edema)은 단순히 수분이 몸에 많은 상태가 아니라, 수분이 조직 사이 공간(간질)으로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가 축적된 상태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수분을 얼마나 마셨는가보다는, 그 수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동·배출하고, 혈관 내에 잘 보유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신장의 나트륨-수분 조절,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 항이뇨호르몬(ADH), 혈장 단백질, 정맥순환 등 복잡한 시스템이 관여한다. ‘물만 마셔도 붓는다’는 말 속에는 단순한 수분 섭취를 넘어선 깊은 생리학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신장의 역할 – 나트륨과 수분의 미세한 균형 조절

 신장은 우리 몸의 체액량과 삼투압을 조절하는 중심 기관이다. 신장에서는 하루에 약 180리터의 혈장이 여과되며, 이 중 99%는 재흡수되고 약 1~2리터만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때 체내 수분 정체를 결정하는 핵심 인자는 바로 나트륨(Na⁺)이다. 나트륨은 삼투압을 조절하는 주요 이온으로, 이의 흡수와 배출에 따라 체내 수분의 방향이 결정된다. 나트륨의 농도가 높아지면 물은 삼투작용에 의해 혈관 내로 끌려들어 가고, 반대로 나트륨이 과잉으로 축적되면 수분도 함께 조직 사이로 흘러가면서 부종이 생긴다.

 특히 원위세뇨관(distal tubule)과 집합관(collecting duct)에서의 나트륨 재흡수는 알도스테론(aldosterone)에 의해 조절되며, 이 호르몬은 부신에서 분비되어 신장에서 나트륨을 더 흡수하고, 수분도 함께 따라오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체액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압도 상승할 수 있다.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15)>에 실린 연구에서는 염분 섭취량이 높아지면 신장의 나트륨 배출 능력에 한계가 생기며, 특히 고염식 섭취가 반복될 경우 부종과 고혈압 위험이 동반 증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장은 수분 조절 호르몬인 ADH(항이뇨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ADH는 탈수 시에 분비되어 수분 재흡수를 증가시키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저나트륨혈증과 희석성 부종(dilutional edema)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간질 공간에 수분이 고이게 만드는 병태생리적 기전이다. 만성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으로 ADH가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아도 몸이 부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호르몬, 단백질, 순환기계 – “수분 분포”를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들

 단순히 수분 섭취만으로 부종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체내에는 이를 조절하는 정교한 혈액 내 삼투압, 단백질 농도, 혈관 투과성, 정맥 순환 압력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혈장 단백질 중 하나인 알부민(albumin)이다. 알부민은 혈관 내 삼투압을 유지해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간기능이 저하되거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알부민 농도가 감소하고,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조직에 고이게 된다. 이를 저단백성 부종(hypoalbuminemic edema)이라 하며, 특히 만성 간질환 환자나 영양결핍 상태에서 흔히 관찰된다.

 또한, 심장과 정맥계 이상도 중요한 부종 원인이다. 심부전 상태에서는 심박출량이 감소하면서 정맥 정체(venous stasis)가 생기고, 말초 순환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하지부종이나 전신부종을 유발한다. 이와 관련하여 <European Heart Journal (2020)>은 “심부전 환자의 초기 증상 중 하나로 경한 부종이 나타나며, 이는 ADH 및 RAAS의 보상적 과활성으로 인해 악화된다”고 보고했다.

 호르몬 측면에서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생리 주기나 임신 시기 등에 따라 수분 정체가 쉽게 발생하며, 이는 여성 호르몬이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나트륨 저류를 유도하는 생리적 반응 때문이다. 또한 갑상선 기능저하증(hypothyroidism)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점액수종(myxedema)은 진피 내 당단백질 축적으로 인한 특수한 형태의 부종이며, 단순 수분 축적과는 또 다른 병태생리적 기전을 반영한다.

심인성 부종 울혈성 심부전, 정맥순환 장애 심박출량 감소 → 정맥압 상승 → 간질액 유출 증가 양측성 하지부종, 누르면 들어가는 부종 심장, RAAS 이뇨제, 염분 제한, 심부전 치료
신장성 부종 신증후군, 급성사구체신염 단백뇨 → 저알부민혈증 → 혈장 삼투압 감소 → 간질로 수분 이동 얼굴·눈꺼풀 부종, 아침에 심해짐 신장, 알도스테론, ADH 단백질 섭취 조절, RAAS 억제제
간성 부종 간경변, 간부전 알부민 생성 감소 + 문맥압 상승 → 복수, 전신 부종 복수, 하지부종, 체중 증가 간, 알부민, 에스트로겐 염분 제한, 이뇨제, 간기능 개선
호르몬성 부종 갑상선 기능저하증, 생리 주기, 임신 혈관 투과성 증가, 점액질 축적 (myxedema) 얼굴·눈가·손등, 비함요성 부종 갑상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교정 (갑상선 호르몬 등)
영양결핍성 부종 저단백 식사, 만성 질병, 흡수 장애 알부민 감소 → 혈장 삼투압 저하 → 조직액 정체 전신적 부종, 쉽게 피로함 소화계, 간, 알부민 영양 보충, 단백질 섭취 증가
약물 유발 부종 칼슘채널 차단제, 스테로이드, NSAIDs 등 혈관 확장 → 모세혈관 투과성 증가 + 나트륨 저류 하지에 국한된 비대칭성 부종 신장, 혈관계, 약물 대사기관 약물 조절 또는 변경, 용량 조정

단순한 수분 섭취 문제가 아닌, 전신 생리 시스템의 신호

 “물만 마셔도 붓는다”는 현상은 단순히 마신 물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신장 기능, 호르몬 조절, 혈장 단백질, 심혈관계 순환 등 다양한 생리 시스템의 미세한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특히 나트륨-수분 대사에 대한 이해 부족, 고염식 식습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ADH 과잉, 그리고 간이나 심장의 기능 이상 등은 모두 체액 조절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부종은 많은 경우 단순히 미용적인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부종은 대사 이상, 장기 기능 저하, 혹은 호르몬 시스템 이상을 암시하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체중 증가나 부종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수분 섭취량을 제한하기보다는, 신장 기능 검사, 갑상선 호르몬, 간 기능, 단백질 섭취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이미 체액 정체를 유도하기 쉬운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정제된 염분, 스트레스, 야간 수면 부족, 과도한 앉은 자세 등이 그 예다. 건강한 수분 대사와 부종 예방을 위해서는 염분 섭취 조절, 충분한 단백질 섭취, 주기적 운동, 호르몬 균형 유지, 그리고 신장과 심장 건강 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물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신체 시스템’의 균형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