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건강기능식품, 언제 복용해야 효과적인가?

같은 영양제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건강기능식품 하나쯤은 챙겨 먹는다.
 비타민D, 오메가 3, 유산균, 아연… 건강을 위한 작은 루틴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당신은 그 영양제를 언제 복용하는가? 아침 공복? 점심 식사 후? 잠자기 전?

 놀랍게도,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복용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아연이라도 아침과 저녁, 공복과 식후, 또는 계절에 따라 체내 흡수율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이는 단지 음식과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인간 몸속의 생체리듬(circadian rhythm)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로 호르몬 분비, 소화 효소 활성, 신진대사가 변화하며, 특정 시간대에는 영양소 흡수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다음은 건강기능식품의 흡수율에 영향을 주는 생리학적 조건, 그리고 복용 타이밍에 따른 생체적 응답과 관련된 내용이다. 단순히 "영양제는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제시한다.


흡수율을 결정짓는 요소: 위장관 생리와 상호작용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대부분 체내 흡수율(bioavailability)에 의해 좌우된다. 흡수율이 낮으면 아무리 고함량이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이 흡수율은 영양소의 물리적·화학적 특성, 섭취 시 위장 상태, 다른 성분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위장관의 생리적 리듬에 따라 변화한다.

 예를 들어, 지용성 비타민(비타민 A, D, E, K)은 식사 후, 특히 지방이 포함된 식사와 함께 섭취할 때 흡수가 극대화된다. 이는 지질히 미셀(micelle)을 형성해 장점막을 통과시키기 때문이다(Karakochuk et al., Nutrition for Healthy Aging, 2021). 반대로 수용성 비타민(B군, C 등)은 공복에도 잘 흡수되지만, 체내 저장량이 제한적이므로 소량을 나눠서 복용하는 전략이 더 적절하다.

또한, 위산 분비량은 아침보다 저녁에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철분과 같은 산에 의존적인 무기질의 경우 아침 공복에 복용할 때 흡수율이 높다.
『Guyton and Hall 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 (14th ed.)』에 따르면, 위산(pH 1~2)은 철분의 3가형(Fe³⁺)을 2 가형(Fe²⁺)으로 환원시켜 흡수가 용이한 형태로 만든다. 그러나 위산 분비가 억제된 상태(예: 위산분비억제제 복용 중, 또는 저녁 식사 후)의 경우 철분의 흡수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영양소 간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철분과 아연은 같은 운반체(DMT1)를 이용하므로 동시 복용 시 서로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며, 마그네슘과 칼슘도 경쟁관계에 있다. 이런 이유로 복용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생체리듬이 말해주는 ‘최적의 복용 시간’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은 단순한 수면-각성 주기를 넘어서, 소화기능, 간 대사, 호르몬 분비, 면역 기능까지 조절하는 복합적인 생리 시스템이다. 이 리듬은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을 중심으로, 장기와 조직별로 존재하는 말초 시계 유전자(peripheral clock genes)에 의해 조율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 영양소의 대사와 흡수도 이 생체리듬의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비타민 D아침~정오 무렵에 복용할 때 코르티솔 분비 리듬과 맞물려 더 효과적이다(Peuhkuri et al., 2012, Appetite). 이는 비타민 D 수용체(VDR)가 일주기 유전자(Bmal1, Clock)와 상호작용하며, 면역 세포의 활동성이 오전에 더 활발하다는 사실과도 관련 있다.

한편,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이 근육 이완과 수면에 관여하는 미네랄저녁 또는 취침 전 복용이 효과적이다.
『Principles of Physiology (Boron & Boulpaep, 5th ed.)』에 따르면, 멜라토닌 수치가 증가하는 야간에는 근육 이완과 진정작용이 활성화되므로, 수면 전 마그네슘 보충은 수면의 질 개선 및 야간 경련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산균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공복 복용이 권장되지만, 장내 산도와 담즙 농도를 고려했을 때, 식전보다는 식사 직후 복용 시 장에 더 많이 도달한다는 연구도 있다(Derrien & van Hylckama Vlieg, 2015, Frontiers in Microbiology). 생균의 내산성에 따라 다르므로, 제품 형태(장용성 캡슐 등) 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체리듬 기반 복용 전략은 단순히 흡수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생체적 반응성과 효과 지속성을 증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효과적인 건강기능식품 복용을 위한 실천 가이드

건강기능식품은 단지 먹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효과는 ‘무엇을, 얼마나, 언제,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달라지며, 이를 위해서는 체내 생리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아래는 최신 생리학 및 병태생리학 지침, 임상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복용 시점별 권장 가이드다:

비타민 D 오전 식후 지용성 + 햇빛 노출 리듬과 동기화
비타민 C/B군 오전 공복 또는 아침 식사 직후 수용성, 빠른 흡수 및 대사 가속
철분 아침 공복 위산 충분 + 흡수율 최고조
칼슘 오후 식후 또는 취침 전 골밀도 형성과 수면 안정
마그네슘 취침 1~2시간 전 신경 안정 및 수면 보조
오메가-3 식사 중 또는 식후 지질과 함께 섭취 시 흡수율 증가
프로바이오틱스 식사 직후 또는 공복 (제품에 따라) 위산 회피 및 장 도달률 고려
 

 더불어, 장기간 복용 시에는 주기적인 휴지기(cycle off period) 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량 아연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구리 결핍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철분 보충은 헤모크로마토시스나 간 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혈액검사와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 특히 신장 질환, 간 질환, 위장 장애, 내분비 질환 – 에서는 특정 영양소 복용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이 필수적이다. 『Robbins Basic Pathology (10th ed.)』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 환자는 마그네슘과 칼륨의 축적 위험이 있으며, 간 기능 저하 환자는 지용성 비타민 대사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좋다니까 먹는다”는 태도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양소는 복용 시점, 함께 섭취하는 식사 내용, 신체 리듬, 그리고 개인의 생리적 상태에 따라 흡수와 작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타이밍 전략’을 세우면 같은 영양제라도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체리듬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 생리 기능을 조율하며, 우리는 그 흐름에 맞춰 약간의 습관만 조정해도 더 나은 건강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