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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햇빛의 역설: 비타민 D가 너무 많아도 생기는 건강 문제들

비타민 D, 이제는 과잉이 문제다?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비타민 D는 오랫동안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로 여겨져 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내 생활이 늘고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비타민 D 보충제가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비타민 D 알약을 챙기며 “과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믿음으로 섭취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놓치기 쉬운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비타민 D 역시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체내에 축적된다. 즉, 과잉 섭취 시 체외로 쉽게 배출되지 않고 혈액과 조직에 남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비타민 D의 ‘과잉복용(hypervitaminosis D)’이 실제 임상 사례로 증가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역설적 현상은 과거 비타민 D 결핍이 만연했던 시대와는 다른, 현대적 건강 위험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 D를 많이 먹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이 글에서는 비타민 D의 흡수와 대사 경로를 바탕으로, 과잉 섭취가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의학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비타민 D의 대사와 독성 경로

 비타민 D는 햇빛에 노출될 때 피부에서 생성되며, 일부는 음식(기름진 생선, 간, 강화식품 등)으로 섭취된다. 피부에서 생성된 비타민 D₃는 간에서 25(OH) D(칼시디올)로 전환되고, 다시 신장에서 1,25(OH)₂D(칼시트리올)로 활성화된다. 이 활성형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고,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호르몬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과도한 양의 비타민 D가 들어오면, 활성형 비타민 D의 생성이 조절되지 않거나, 25(OH)D 자체가 독성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그 결과, 체내 칼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이 발생하게 된다. 고칼슘혈증은 초기에는 구토, 식욕부진, 변비, 피로 등으로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신장 손상, 조직 석회화, 부정맥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BMJ Case Reports》에 실린 한 논문은 비타민 D를 장기간 고용량(일일 10만 IU 이상) 복용한 남성이 심각한 고칼슘혈증과 급성 신부전으로 입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환자는 의사의 권고 없이 건강식품을 병용해 섭취했고, 그 결과 25(OH) D 수치는 정상 상한선(약 100 ng/mL)을 훨씬 초과하는 465 ng/mL까지 상승했다. 이는 비타민 D가 ‘무조건 많을수록 좋은 영양소’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또한, 과잉 섭취는 비타민 K 결핍과의 상호작용 문제도 유발한다. 비타민 D가 칼슘을 혈액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능하지만, 이를 다시 뼈로 재배치하는 역할은 비타민K가 맡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타민 D만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혈관과 연조직에 칼슘이 축적되어 동맥경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적정 수치’는 어디까지인가: 최신 권고 기준

 국제적으로 비타민 D의 ‘적정 혈중 농도’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미국 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는 25(OH) D 수치를 기준으로 20 ng/mL 이상을 ‘충분’, 100 ng/mL 이상을 ‘독성 가능성 범위’로 간주한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30~50 ng/mL 사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하며, 이 수치를 유지할 때 면역 기능, 뼈 대사, 근육 기능에 이점이 가장 크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는 이 수치를 초과한다고 해서 건강 이점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역효과(reverse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2012년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실린 연구는 비타민 D 수치가 50 ng/mL를 초과하면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U자형 곡선을 보고하였다. 이는 ‘낮아도 문제, 높아도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비타민 D를 보충할 경우, 흡수율, 대사율, 신장 기능 저하를 고려한 세심한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의할 점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종합비타민에 중복으로 포함된 비타민 D이다. 예를 들어, 종합비타민에 1000 IU, 뼈 건강 보충제에 2000 IU, 단일 비타민 D 제제에 2000 IU가 포함되어 있다면, 하루 5000 IU를 아무렇지 않게 섭취하게 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식품안전청(EFSA) 등이 정한 상한 섭취량인 4000 IU/day를 초과하는 수치다.

 또한 최근에는 고용량 비타민 D 주사(예: 200,000 IU~600,000 IU) 또는 주간 고용량 경구 복용이 일시적인 결핍 보충 목적이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이 체내에 들어오며, 25(OH)D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켜 고칼슘혈증, 신장결석, 탈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저용량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며, 일정 주기로 혈중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방법이 더 안전하다고 권고한다.


건강을 위한 빛, 그 경계를 알자

우리는 햇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햇빛으로 생성되는 비타민 D 역시 ‘용량’이 핵심이다. 하루에 얼굴과 팔 정도를 15분 정도 햇빛에 노출하면 충분한 비타민 D가 생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외선 차단제, 실내 중심 생활, 피부색, 연령 등 다양한 요인이 이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보충제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병행이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고령층,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비타민 D 축적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자가 판단이 아닌 의학적 상담을 바탕으로 한 섭취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는 영양제나 보충제를 선택할 때, 단순히 ‘결핍’만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건강을 위한 균형은 항상 어느 한쪽의 극단이 아니라, 중용에 가까운 섬세한 조절에서 나온다.

비타민 D는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햇빛의 선물이지만, 그 선물이 과할 때는 되려 건강을 그늘지게 만들 수 있다는 역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