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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만성 스트레스가 골격근 대사에 미치는 분자생물학적 영향

만성 스트레스와 골격근 대사의 전반적 영향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몸 곳곳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적’과 같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는 단순히 기분을 망칠 뿐 아니라, 우리의 근육까지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내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 몸의 대사와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근육이 스트레스라는 내적 적에게 어떻게 서서히 무너져 가는지,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발견의 연속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문제이며, 신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대사 및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특히 골격근은 인체 전체 체중의 약 40%를 차지하며, 신진대사와 운동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주로 코티솔)의 지속적 분비는 골격근 내 단백질 합성 억제와 분해 촉진으로 이어져 근육 위축과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포도당 대사를 방해하고, 지방산 산화 및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근육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You et al., 2020).


분자 기전: 코티솔과 단백질 분해 경로 활성화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다 분비되는 코티솔은 골격근 세포 내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결합하여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E3 유비퀴틴 리가아제인 MuRF1과 Atrogin-1/MAFbx가 과발현 되어 근육 단백질이 빠르게 분해되며, 근육 위축을 초래한다(Li et al., 2019; Bodine & Baehr, 2014). 동시에 코티솔은 mTOR 경로를 억제해 단백질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근육량 감소를 가속화한다(Glass, 2010).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인슐린 신호전달 경로의 장애를 일으켜 IRS-1과 PI3K/Akt 경로가 억제되며, 포도당 섭취와 대사가 저하되어 에너지 부족을 초래한다(Cheng et al., 2021). 이로 인해 근육 세포는 재생 능력을 상실하고, 기능 저하가 심화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분자 기전들이 스트레스 유발 근육 위축의 핵심 메커니즘임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골격근 내 미토콘드리아는 ATP 합성을 담당하며 근육 수축과 재생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활성산소종(ROS)의 과도한 생성을 촉진하여 미토콘드리아 DNA와 단백질에 손상을 가하며,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Jones et al., 2021). 특히,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조절자 PGC-1α의 발현이 만성 스트레스 하에서 현저히 감소하여, 미토콘드리아 수와 효율성이 감소한다(Mattson & Arumugam, 2018).

 이러한 변화는 근육 내 에너지 공급 부족과 피로 누적을 초래하며, 칼슘 항상성 교란으로 인해 근육 세포 손상도 심화된다. 더불어 만성 스트레스는 근육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증가시켜 미세염증 상태를 유발, 근육 재생을 저해하고 지속적인 근육 위축 악화를 초래한다(Smith et al., 2023). 이와 함께 스트레스는 자가포식(autophagy) 기전의 불균형도 일으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가 원활하지 않아 세포 내 독성 물질 축적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유지와 염증 조절, 그리고 자가포식 경로의 정상화는 만성 스트레스에 의한 골격근 대사 장애 극복에 핵심적인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에 의한 대사 조절 변화와 임상적 의미

 만성 스트레스는 인슐린 신호전달 장애를 유발하여 골격근에서의 포도당 섭취 및 대사를 방해한다. IRS-1(Insulin receptor substrate 1)의 인산화 이상과 PI3K/Akt 경로 저해는 인슐린 저항성의 분자적 기전이다. 그 결과, 근육 세포 내 포도당 이용이 줄어들고, 지방산 축적과 염증 반응이 증가하여 근육 대사 환경이 악화된다(Chen et al., 2022). 이러한 변화는 근력 저하, 운동 능력 감소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및 당뇨병 위험 증가와도 밀접히 관련된다. 따라서 만성 스트레스 관리는 골격근 건강 유지뿐 아니라 전신 대사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골격근 대사에 심각한 분자생물학적 변화를 유발하여 근육 위축과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코티솔을 매개로 한 유비퀴틴-프로테아좀 경로의 활성화와 단백질 합성 억제,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 증가는 근육 세포 내 에너지 대사 및 단백질 항상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전들은 근력 감소와 대사 건강 악화를 일으키며, 궁극적으로 만성 질환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만성 스트레스의 조기 관리와 더불어, 골격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분자적 타깃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향후 스트레스 완화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분자 경로를 조절하는 치료법 개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