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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코로나 이후, ‘후각’은 회복되었는가: 냄새 감각의 신경 재건 과정

냄새 없는 세상, 익숙함의 상실에서 오는 낯설음

 향긋한 커피 냄새, 갓 구운 빵의 고소함, 비 오는 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냄새. 우리는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냄새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모든 냄새가 사라졌다면 어떨까? 바로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후각 소실(anosmia)’의 세계입니다. 심지어는 음식 맛조차 무뎌지고, 세상은 회색빛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감기나 독감 이후 일시적인 냄새 감소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코로나19는 후각 세포 자체에 영향을 주며 훨씬 더 깊고, 오래 지속되는 손상을 남긴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특히 후각 상실이 완치 이후 수개월~수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각기관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신경계와 직접 연결된 후각 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게 손상되고, 또 회복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최근까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후각은 눈, 귀보다도 연구의 우선순위에서 뒤처졌던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후각 손실이라는 동일한 후유증을 호소하면서, 뇌과학자와 면역학자들은 후각 시스템을 다시 조명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후각 회복의 신경 재생 메커니즘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후각을 마비시키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후각세포 자체를 직접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각세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지지세포(supporting cells, 특히 sustentacular cells)를 우선적으로 공격합니다. 이 지지세포들은 후각 수용체 뉴런(olfactory sensory neurons)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손상되면 뉴런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더욱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후각상피(olfactory epithelium)의 조직 구조를 무너뜨리고, 그 결과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 통로에도 염증 반응이 생기게 됩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등)이 분비되면서 신경세포의 회복을 방해하고, 후각 회복 속도 자체를 늦춘다는 것이 여러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바이러스성 비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손상 양상입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바이러스가 후각 신경경로를 따라 뇌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후각 수용체 뉴런은 코 안에서 냄새를 감지한 뒤, 직접 후각망울(olfactory bulb)로 신호를 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경로가 뇌로 가는 일종의 "바이러스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었죠. 하지만 대다수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자체보다는 후각상피의 국소적 손상에 의한 후각 소실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각은 회복될 수 있을까? – 신경 재생의 가능성과 한계

 다행히도, 후각은 인간 감각 중 유일하게 신경 재생이 가능한 체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감각기관이 손상 시 회복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데 반해, 후각상피(olfactory epithelium)는 새로운 뉴런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재생 과정의 핵심은 기저세포(basal cells)라 불리는 전구세포로, 이들이 분화하여 새로운 후각수용 뉴런(olfactory sensory neurons, OSNs)을 생성하고, 이를 다시 후각망울(olfactory bulb)과 연결시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코로나19 이후 후각을 상실한 환자 중 다수는 감염 후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자연 회복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일부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냄새가 왜곡되어 인식되는 '이상후각(parosmia)'이나 존재하지 않는 냄새가 느껴지는 '환후각(phantosmia)'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뉴런의 재생뿐 아니라, 재생된 뉴런이 뇌와 적절하게 연결되지 않았거나 시냅스 간 정렬이 어긋났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후각 기능 장애의 회복을 돕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재활 기법이 바로 후각 훈련(olfactory training)입니다. 이는 레몬, 장미, 정향, 유칼립투스 등 서로 다른 계열의 향을 하루 2회씩 맡으며 후각 회로를 반복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Hummel 등은 2009년 연구에서 이 방법이 후각 역치를 유의미하게 개선시키며, 특히 손상 발생 시점이 오래되지 않은 환자에게서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다수의 메타분석에서도 후각 훈련은 안전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비약물적 치료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약물적 보조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비타민 A 국소 도포는 후각상피의 재생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고, 오메가-3 지방산은 항염 효과와 신경보호 작용을 통해 회복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경구 또는 국소용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줄여 회복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후각은 회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감각 체계이지만, 손상의 깊이와 환자의 개별적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에 따라 그 경과는 크게 다릅니다.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재활이 이루어질수록, 후각 회복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수동적 접근이 아니라, 적극적인 후각 훈련과 환경 관리가 회복의 핵심 전략입니다.


후각은 감정과 기억의 문이다

 후각은 단지 냄새만을 감지하는 감각이 아닙니다. 기억과 감정, 식욕, 사회적 관계까지 연결된 복합적인 감각 경로입니다. 뇌의 후각 피질(olfactory cortex)은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 등 감정 및 기억과 관련된 구조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특정 냄새를 맡으면 과거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기도 하죠.

 따라서 후각의 손실은 단순한 감각 소실이 아니라,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후각을 상실한 사람 중 일부는 우울감, 식욕 저하, 고립감을 경험하며 심리적 문제를 겪는다는 연구도 다수 존재합니다. 이처럼 후각은 ‘기능적 감각’이자 ‘정서적 감각’이기 때문에, 회복 과정에서도 단순히 감각만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의 회복까지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각이 손상되었더라도 희망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신경계는 생각보다 회복력이 뛰어나며, 후각은 그중에서도 회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각 중 하나입니다. 후각 훈련, 생활 습관 조절, 전문적인 치료 접근을 통해 많은 이들이 다시 세상의 향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의 색을 입혀주는 감각입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