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 예외는 ‘뇌’
우리 몸은 생각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피부는 약 한 달을 주기로 새롭게 갈아입고, 간세포도 손상되면 몇 주 내에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유독 재생이 더디거나 거의 되지 않는 조직이 있다. 바로 신경세포, 그중에서도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다. 어릴 적부터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신경세포가 재생되지 않는 이유는 그 구조와 환경에 있다. 뇌는 외부 손상으로부터 매우 보호받는 기관이며, 치밀한 혈관장벽(혈뇌장벽, BBB)과 글리아세포들에 의해 세포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이 안정성은 재생 능력과는 상충된다. 대부분의 신경세포는 분열하지 않는 상태, 즉 ‘비분열성 상태(post-mitotic state)’에 머물며,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과정 없이 살아 있는 동안 같은 세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왜 뇌는 스스로를 고치지 못할까?
뇌는 다른 조직과 달리 세포가 손상되었을 때 자가 재생(self-renewal) 능력이 매우 낮다. 이는 진화적으로 선택된 특성이기도 하다. 뇌는 매우 정밀한 회로망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무작위적인 세포분열이나 재구성이 오히려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신경세포가 무분별하게 증식하면 뇌전증(epilepsy)이나 신경교종(glioma) 같은 병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뇌 손상 이후에는 주변 조직에서 억제성 분자(inhibitory molecules)가 다량 분비되어 재생을 방해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Nogo-A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손상 부위에서 축삭 재생을 막는 역할을 한다. 뇌가 외부로부터 손상을 받았을 때, Nogo-A 같은 억제 물질이 방출되며 신경세포의 연결 재구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논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The adult CNS exhibits limited axonal regeneration due to the expression of multiple inhibitory proteins, including Nogo-A, MAG, and OMgp, which actively suppress neurite outgrowth following injury.” (Liu et al., Nature Reviews Neuroscience, 2011). 이처럼 뇌는 '오작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스스로를 다시 만들지 않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예외는 존재한다: 뇌의 회복 가능성
그렇다면 뇌는 정말 전혀 회복되지 않는 기관일까? 최근 신경과학 연구는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뇌의 특정 영역, 특히 해마(hippocampus)와 후각망울(olfactory bulb)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성인기 이후에도 신경 발생(neurogenesis)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부위이며, 새로운 뉴런의 생성은 환경 자극과 학습 경험에 의해 촉진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 contributes to cognitive flexibility and emotional regulation, suggesting that even the mature brain maintains a degree of plasticity.” (Kempermann et al.,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8). 이 말은 즉, 뇌가 완전히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경험과 환경 변화에 따라 조금씩 적응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또한, 손상된 신경회로를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뇌는 다른 부위의 회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손실된 기능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르며, 재활 치료나 반복적인 훈련이 뇌 회복에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이 회복은 매우 느리고 한계가 있으며, 주로 젊은 나이에 더 활발하게 나타난다.
미래는 있는가? 재생의 문을 여는 열쇠
최근 뇌 과학과 유전학, 재생의학의 발전은 뇌세포 재생이라는 오랜 숙제를 다시 꺼내들게 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인공적으로 신경세포를 배양하거나 손상된 뇌에 이식하는 실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은 환자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신경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파킨슨병이나 척수 손상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재생 억제 단백질 차단제를 활용해 손상된 부위의 환경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키고, 그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유도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일부 실험에서는 Nogo-A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축삭 재성장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향후 척수 손상 치료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 뇌의 전면적 재생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뇌는 워낙 복잡하고 정밀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단순히 새로운 세포를 넣는다고 해서 기능이 복원되지는 않는다. 신경세포 간의 정확한 연결, 타이밍, 전기적 신호까지도 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 재생의 핵심은 단순한 세포 수복이 아닌, 정확한 회로 복원이다.
현재 연구는 이 회로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전장 뇌 지도(brain connectome)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회로 시뮬레이션 등과도 연결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뇌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경세포는 왜 재생되지 않는가? 그 답은 뇌가 갖는 정밀성과 안정성이라는 특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동시에 뇌는 완전히 고정된 기관이 아니라,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능력을 지닌 살아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하고 연구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뇌세포 재생이 단지 이론이 아닌 치료법이 될 날도 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뇌도 훈련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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