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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혈액의 점도와 미세순환: 심혈관 질환 및 건강의 새로운 지표

혈액 점도와 심혈관 질환의 관계

 혈액 점도(blood viscosity)는 혈액이 흐를 때 나타나는 저항의 정도로, 우리 몸의 혈류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리적 요소다. 특히 혈액은 일반적인 유체와 달리 전단 속도에 따라 점도가 변하는 비뉴턴 유체로, 적혈구의 응집력, 변형성, 혈장 점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은 모세혈관을 포함한 미세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결국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실제로 Jung & Rampling(2016)은 혈액의 유변학적 특성이 심장 및 뇌혈관계 질환에서 병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며, 혈류 저항 증가가 내피 기능 이상, 혈전 형성,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심장이 혈액을 더 세게 펌프질해야 하며, 이는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혈류 속도가 느려지면서 관상동맥과 뇌혈관에서 혈전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Edinburgh Artery Study 등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는 혈액 점도가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예측 지표로서 혈액 점도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혈액 점도가 높으면 생기는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세순환과 조직 산소 공급

 미세순환(microcirculation)은 세동맥, 모세혈관, 세정맥 등 지름 300μm 이하의 작은 혈관들이 구성하는 순환계로, 조직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세혈관의 흐름은 혈액 점도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특정한 조건에서는 점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혈류 저하 및 조직 허혈을 유발할 수 있다. Fåhræus–Lindqvist 효과는 혈관 지름이 작아질수록 혈액 점도가 감소하는 현상이지만, 적혈구의 응집이나 변형성 저하가 발생할 경우 이 효과는 무력화된다.

 고혈압(Hypertension)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모세혈관 희소화(capillary rarefaction)는 혈액 점도 증가와 함께 나타나며, 이는 말초 저항 증가와 조직 산소 공급 저하로 이어진다. 뇌에서는 백질변성이나 미세경색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전단 및 저전단 혈액 점도가 높을수록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혈류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시림 등의 증상은 미세순환 장애의 대표적인 임상 양상이다.

실제로 ticagrelor와 같은 항혈소판제는 혈액 점도를 낮추고 말초 혈류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ardio Diabetology, 2019). 이처럼 혈류 개선을 위한 생활습관과 약물 중재는 단순히 혈관 확장에 그치지 않고, 혈액 자체의 유동성 조절이 관건임을 시사한다. 미세순환이 안 되면 생기는 증상은 일상적 피로감부터 심각한 장기 기능 저하까지 다양하며,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액 점도의 임상적 활용과 바이오마커

 심혈관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측을 위한 기존의 바이오마커에는 CRP, LDL 콜레스테롤, 호모시스테인 등이 있으나, 혈액 점도는 이들과 독립적인 임상 지표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특히 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혈액 점도는 중증도와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였으며(American Heart Journal, 2021), 이는 급성기와 만성기의 예후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생리적 지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관상동맥 미세순환장애(CMD) 환자에서 혈액 점도는 IL-6, TNF-α 등 염증성 마커와 함께 관찰되며, 두 지표를 병행 분석할 경우 심혈관 질환의 예측 정확도가 향상된다(MDPI, 2023). 따라서 혈액 점도는 단순한 물리적 수치가 아니라, 정밀의료와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유망한 임상적 도구다.

 혈액 점도 측정은 기존에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최근에는 소형화된 자동 측정 기기가 도입되며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혈액 점도 측정하는 방법에는 점도계(viscometer)를 사용하는 방법 외에도, 적혈구 침강속도(ESR)나 혈장 단백 분석을 활용한 간접적 측정법도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향후 가정용 헬스케어 장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응용 가능성과 결론

 혈액 점도와 미세순환 상태는 단순히 병의 진단을 넘어서, 예방적 건강 관리의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결합한 실시간 혈류 모니터링 기술, 비침습적 센서를 통한 혈액 점도 추정 알고리즘 등은 앞으로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결정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혈액 점도와 고혈압의 관계를 조기 분석함으로써, 환자 개개인에 맞춘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중재 전략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혈류 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 등의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혈액 점도와 미세순환 분석은 유용한 자가 진단 수단이 될 수 있다. 혈액 점도 낮추는 음식(예: 생강, 마늘, 등푸른 생선)이나 꾸준한 운동, 금연, 수분 섭취 등은 모두 생활 속에서 혈류를 개선하고 심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혈액 점도는 단순한 생리학적 현상이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새로운 진단 지표이자 예후 예측 도구로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향후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혈액 점도는 심혈관 질환 예방과 관리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