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프로틴을 마시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헬스 열풍과 함께 떠오른 단백질의 중요성
최근 몇 년간 피트니스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백질 섭취는 단순한 영양소 개념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틴 음료, 고단백 요구르트, 단백질바 등이 쏟아지면서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근육량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백질이 곧 성과와 직결된다는 믿음도 강하다. 하지만 과연 매일같이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우리 몸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걸까? 단백질은 분명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체는 나이, 성별, 활동량에 따라 적정량의 단백질을 요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일일 권장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약 0.8g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1.2~2.0g/kg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체중 1kg당 3g 이상의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단백질이 체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사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단백질은 과잉 섭취 시 저장되지 않고 탈아민화 과정을 거쳐 요소로 전환돼 소변으로 배출되며, 이 과정에서 간과 신장은 상당한 부담을 받는다. 따라서 단백질을 매일 고용량으로 섭취하는 습관이 누적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단백질 섭취의 ‘명’ – 근육 합성과 체중 조절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 효소, 호르몬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특히 운동 직후 단백질을 섭취하면 손상된 근섬유의 회복과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보디빌더나 운동 애호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2017)에서는 운동 후 30분 이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 단백질 합성을 최적화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고단백 식단은 포만감을 높여 불필요한 간식을 줄이고, 대사율을 증가시켜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단백질은 식단 조절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영양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노년층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근감소증 예방에 핵심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일본 오사카 대학의 연구팀은 고령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연구에서, 꾸준한 단백질 섭취가 근력 유지와 낙상 예방에 기여하며, 삶의 질 향상과도 연관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단백질은 신체 구조 유지뿐 아니라 기능적 노화를 방지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이러한 이점에만 집중한 나머지, '얼마나'가 아닌 '무조건 많이'라는 양적 접근이 무분별하게 퍼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기준선을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백질 과잉 섭취의 ‘암’ – 신장 부담과 대사 이상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무엇보다 신장이 큰 부담을 받는다.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 부산물(주로 암모니아)은 간에서 요소로 전환된 후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이때 단백질을 과다 섭취할수록 요소생성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신장은 더 많은 혈액을 여과해야 하므로 장기간에 걸쳐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고혈압·당뇨를 앓고 있는 경우, 고단백 식단은 신장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Clinical Nutrition지(2020)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장기적인 고단백 식단이 사구체 여과율(GFR)을 감소시키며,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는 만성신장질환(CKD)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다.
병태생리학적으로 보면,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사구체내 고혈류(hyperfiltration)를 유도하며, 이는 사구체 기저막의 손상을 가속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알부민 누출이 증가하고, 지속적인 사구체 손상은 단백뇨와 함께 만성 사구체경화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병리적 변화는 초기에는 무증상이지만 점진적으로 GFR 저하와 함께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 과잉은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단백질의 산성 부산물은 체내의 산염기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 있으며, 이를 완충하기 위해 칼슘이 뼈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장기간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골밀도 감소 및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고단백 식단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저해하여 염증성 장 질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단백질이 반드시 건강을 책임지는 만능 영양소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단백질 섭취가 진짜 건강을 만든다
단백질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영양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단백질 역시 ‘얼마나, 어떻게, 누구에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도리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단백질 보충제를 매일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양과 섭취 목적, 그리고 식단 전체의 균형 속에서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점이다. 특히 신장 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 섭취에 있어 보다 신중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단백질은 결코 ‘많을수록 좋은’ 성분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양을 정확히 알고, 식사로부터 자연스럽게 섭취하되 보충제는 말 그대로 ‘보충’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건강은 단일한 영양소 하나로 좌우되지 않으며, 항상 ‘균형과 맥락 속에서의 섭취’가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적정선을 넘어서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을 위한 선택은 늘 '적정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