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밤에 하는 게 더 좋다? – 건강한 운동을 위하
아침형 인간보다 야행성이 더 건강할 수 있다고?
“운동은 무조건 아침에 해야 한다.”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과 헬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공복 상태에서 뛰는 것이 의지력 강화에는 도움 될 수 있겠지만, 생리학적 관점에서는 반드시 아침이 최선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최근 연구들은 ‘저녁 시간대의 운동’이 체력 향상과 대사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람의 몸은 하루 24시간 동안 일정한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기능한다. 코르티솔,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 주요 호르몬 분비는 이 리듬에 맞춰 조절되며, 이러한 호르몬은 운동 수행력, 회복력, 대사 효율에 직결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운동에 가장 적합한 생리적 조건은 아침보다 저녁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녁 무렵은 근육 온도가 가장 높고, 통증 민감도는 낮아지며, 신경근 전달 속도가 증가하는 시간대다. 이러한 생리학적 조건은 운동 수행 능력과 운동 후 회복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저녁 운동이 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지, 특히 코르티솔과 멜라토닌이라는 대표적인 호르몬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운동 효율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살펴본다.
호르몬의 시간표: 코르티솔과 멜라토닌의 리듬
우리 몸의 생체 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교차시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 조절한다. 이 시계는 수면, 체온,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율하는데, 그중에서도 코르티솔과 멜라토닌은 운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혈당 유지와 에너지 동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성 호르몬이다. 반대로 멜라토닌은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뇌가 어둠을 인식하면 분비되어 이완, 회복, 면역 조절을 돕는다.
코르티솔은 보통 아침 6~8시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오후가 되면 서서히 감소한다. 이 시간대에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과 운동 스트레스가 중첩되어 근육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저녁에는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져 운동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저항력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Anderson & Wideman(2020)의 연구에서는, 저녁 운동 그룹이 아침 운동 그룹보다 낮은 코르티솔 반응을 보이며 운동 후 피로 회복 속도도 더 빨랐다고 보고했다.
한편, 멜라토닌은 운동 직후 바로 분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녁 시간의 운동이 멜라토닌의 자연스러운 분비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심박수 안정화 및 깊은 수면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Vitale et al.(2017)은 논문에서 오후 6~8시에 실시한 유산소 운동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다. 즉, 생체 리듬과 호르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저녁에 운동을 수행하면 오히려 수면 효율과 대사 회복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저녁 운동이 체력 향상에 유리한 이유: 근육, 체온, 대사 효율
저녁 시간대의 운동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신체적 조건이 이 시간대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에는 체온이 하루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데, 이는 근육 유연성 증가, 산소 소비 능력 향상, 부상 위험 감소로 이어진다. 체온이 높을수록 효소 활동과 대사 속도도 증가하여, 운동 수행 능력이 극대화되는 시간대가 바로 저녁이다.
Chtourou & Souissi(2012)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저녁 운동 그룹이 근력, 스프린트 속도, 점프력 등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 연구는 단기적 퍼포먼스뿐 아니라, 장기적인 훈련 적응도 또한 저녁 그룹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근력 운동을 저녁에 실시했을 때 테스토스테론 대비 코르티솔 비율이 높아지며 근합성(anabolism)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저녁 운동은 식사 후 혈당 조절과 지방 대사에도 유리하다. Savikj et al.(2019)의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 전단계 환자에게 저녁 시간(오후 6시 이후) 유산소 운동이 아침보다 더 효과적으로 혈당 변동성을 낮췄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운동이 식후 인슐린 감수성 증가에 영향을 주며, 저녁 운동이 대사 질환 예방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녁 운동의 전략적 활용: 피로 해소와 수면 사이의 균형
저녁 운동의 잠재적 이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저녁 운동이 이상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 강도나 시간, 개인의 생체 리듬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시간은 취침 2~3시간 전까지 운동을 마치는 것이며, 너무 강한 고강도 인터벌 훈련(HIIT)이나 심야 운동은 오히려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심박수나 체온이 운동 후 과도하게 유지될 경우, 자율신경계가 각성된 상태로 남아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히 설계된 저녁 운동 루틴은 오히려 피로 회복을 촉진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칭, 저강도 유산소, 웨이트 트레이닝 등은 모두 저녁에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심리적 만족감 또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직장인이나 학생 등 낮 시간에 운동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저녁 운동은 현실적이면서도 생리학적으로도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운동 시간은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활 리듬, 수면 패턴, 운동 목적에 맞는 시간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오래 ‘아침 운동’만을 이상화해 왔다면, 이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저녁 운동의 가능성에 눈을 돌려볼 때다. 코르티솔이 잦아들고, 체온이 오르며, 대사가 활발해지는 저녁 시간. 그 순간이야말로, 운동을 통해 나를 재구성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일지도 모른다.